현장

북한군 병사 JSA 거쳐 귀순하던 순간…지프차·총탄40여발

[레이더P] 귀순병사 장기 손상 심각

기사입력 2017-11-14 17:51:19| 최종수정 2017-11-14 17:52:25
1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이 전날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상황 현안 보고 내용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이 전날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상황 현안 보고 내용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3시 14분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지역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북한군 병사 3명의 모습이 관측됐다. 1분 후 바로 여러발의 총성이 들렸다. 유엔사측 군인들은 일순 긴장했다. 북한군 병사 1명이 우리측으로 달려오고 북한군들이 이 병사를 향해 사격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남쪽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이날 3시 14분께 지프차를 타고 JSA 내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돌진했다. 북한군들은 이 차가 MDL 남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추격을 시작했다. 마음이 급했는지 북한군 병사가 탄 지프의 바퀴가 북한군 초소 부근의 배수로에 빠져버렸다. 차로는 탈출이 불가능하고 판단한 북한군 병사는 차에서 내려 남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북한군의 사격이 시작됐다. 이 병사를 추격하던 북한군 3명과 북한군 초소에 있던 1명이 동시에 집중적으로 사격했다. 합참 관계자는 "40여발 정도 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군은 이 병사의 행방을 찾았으나 좀체 발견되지 않았다. 유엔사는 열상감시장비(TOD)를 이용해 오후 3시 31분께 5곳에 총상을 입고 군사분계선(MDL) 남쪽 약 50m 지점에 쓰러져 있는 북한군 병사를 발견했다.

이상은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이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한 북한군 병사 귀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다. 합참과 유엔사는 북한 귀순 병사가 MDL을 넘는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가 따라붙어 무차별 총격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군 하전사(병사) 복장을 한 그는 무장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귀순 병사는 같은 날 오후 4시 40분께 아주대 병원에 헬기로 이송돼 5시간 동안 대수술을 받았다.

합참 관계자는 "귀순한 북한 군인에 대해 어제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 3분까지 1차 수술을 했는데 탄두 5발을 제거했다"면서 "권총탄과 AK 소총탄이 나왔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판문점 경비대에 AK-47 소총을 보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JSA에서 소총을 휴대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JSA 내에서는 소총을 휴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북한군이 총을 40여 발 쏘는 동안 우리 군은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고 남북간 교전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이 MDL 남쪽으로 총을 쐈을 수 있는데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 군이 유엔사 교전수칙을 준수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귀순한 북한군이 MDL을 넘어온 상황에서 북한이 총격을 가했다면 정전협정 위반임으로 즉각 유엔사 교전수칙이 발동되어 대응 사격이 이뤄져야 한다. 합참은 북한 군인이 MDL을 넘기 전에 총상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엔사 군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총을 맞은 지점이 정확하게 드러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사 보도자료에는 "도주하는 동안 지속적 총격을 받았다"고 표현돼 MDL 남쪽으로 북한군이 총격을 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JSA에서 북한의 총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온 최초의 사건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군사정전위를 통해 북한 측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게끔 하겠다"며 "요구가 안 받아들 여지면 법적 조치를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번 사안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서는 "몇 초가 되지 않는 순간에 상황을 판단해 (위기를) 최소화하고 넘어온 병사에 대해서도 대처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송 장관은 "북한군 4명이서 40발을 쏜 것이면, 각자 10발 정도를 쏜 것"이라며 "(귀순 병사가) 50m를 뛰는 동안에 총소리가 끝났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보고가 지연됐다는 지적에는 서 본부장이 "상황보고가 지연된 것이 사실"이라며 "저를 포함한 실무진의 과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방위에서는 우리 군과 교전은 없었던 것과 관련, '원래 규정대로 대응한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서 본부장은 "JSA 교전 규칙은 두 가지 트랙으로 이뤄진다. (우리 군) 초병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인지, 위기가 고조될 것인지를 동시에 판단한다"며 "대응을 적절히 했다"고 밝혔다.

귀순한 병사는 장시간 동안 대수술을 받았으나 아직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을 집도한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이날 오전 5시간에 걸친 1차 수술을 마친 뒤 "앞으로 열흘 동안은 고비를 계속 넘어가야할 것"이라며 "상처 입은 장기가 분변의 오염이 심각해 강제로 봉합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 병사는 복부에 2곳, 좌우측 어깨에 각 1곳, 다리 1곳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귀순 병사는 2·3차 수술이 더 필요한 상태다. 이 교수는 아직 환자의 생사 여부를 섣불리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가 변으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고, 출혈이 심해 쇼크 상태에서 수술했기 때문에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있다"면서 "(2차 수술은) 내일이나 모레 환자 상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사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호흡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두원 기자/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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