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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700㎒의 정치, 미래부 vs 방통위·국회

[레이더P] 주파수 할당 확정…통신이 중요하냐, 방송이 중요하냐 놓고 대립

기사입력 2015-07-15 15:46:28| 최종수정 2015-09-18 17:58:30
Q: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주파수정책소위에서 700㎒ 주파수 대역을 KBS 2개 채널과 MBC, SBS, EBS 등 총 5개 지상파 채널에 배분했습니다. 각 방송사는 주파수 개정안이 고시되는 대로 장비를 갖춘 뒤 이 주파수를 활용해 UHD(초고화질) 방송을 내보낼 전망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주파수라는 자원을 일방적으로 지상파 채널에 무상으로 배분했다고 비판합니다.

주파수 배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안과 미방위+방통위의 안이 충돌하면서 지난해 12월 별도 소위를 구성한 뒤 7개월 만에 통과됐습니다. 정확히 700㎒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어떤 의견 대립이 있었나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오는 17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MWC상하이 2015"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및 SK텔레콤, KT, LG U+ 등 이동통신 3사에 공헌상을 수여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 = GSMA 제공]이미지 확대
▲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오는 17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MWC상하이 2015"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및 SK텔레콤, KT, LG U+ 등 이동통신 3사에 공헌상을 수여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 = GSMA 제공]
A:

◆TV 디지털 전환으로 남은 주파수

700㎒ 대역은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 방송을 각 가정에 송출할 목적으로 사용했던 주파수 대역입니다. 정확하게는 698~806㎒ 구간에 걸친 108㎒의 대역입니다. 2013년부터 모든 TV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바뀌면서 이 주파수는 사용되지 않게 됐습니다.

이번 주파수 배정안이 통과되면서 MBC, KBS 1·2, SBS, EBS 각 지상파 방송사는 6㎒씩 총 30㎒가 배정돼 UHD 방송을 내보내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40㎒는 통신사에 배정돼 이동통신사 3사 중 하나가 경매를 통해 가져갈 예정입니다. 나머지 38㎒ 중 20㎒는 국가재난방송용으로 배정됐고 18㎒는 각 용도별 주파수 사이에서 주파수 간 간섭을 막는 보호대역으로 남았습니다.

◆ 통신용 할당폭 놓고 1차 대립

주파수 배정안 통과 과정에서 미래부와 방통위·미방위는 통신사에 주파수를 배정할지, 얼마나 배정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쟁점이 있었습니다.

1차전 주제는 '700㎒ 대역 중 일부를 통신사에 배분하는 게 합당한지'입니다. 미래부는 700㎒대 주파수 중 40㎒+α가 통신 3사에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래부는 통신사들이 증가하는 트래픽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주파수 경매를 하면 1조원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미래부는 "통신 트래픽이 처리 용량의 80% 정도가 넘으면 위험한 신호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는 80%를 안 넘었는데 이게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현재 동영상 등의 트래픽 수요를 볼 때는 80%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방통위와 국회 미방위는 통신사에 주는 몫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역 방송사를 포함한 모든 방송사가 동시에 UHD 방송을 할 수 있으려면 방송사 몫을 최대한 늘려야 해서입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초고화질 영상물 방송 송출은 앞으로 디지털 시대에 미래 방송을 선도하는 매우 중요한 앞선 기술이고 상품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700㎒ 대역을 지상파에 우선 배정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차전은 미래부 승리로 끝났습니다. 사실상 트래픽이 늘어나는 통신계 요구를 외면할 수 없고 지역 방송은 단계별로 UHD 방송 제작을 준비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추가 세수 또한 매우 크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 방송용에 EBS를 포함하느냐 놓고 2차전

2차전은 KBS 1·2, MBC, SBS, EBS 중 어디에 방송용 주파수를 배정할지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미래부는 EBS를 제외한 4개 방송사에 700㎒ 대역을 주고, EBS에는 DMB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자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미방위와 국회는 5개 방송사 모두에 700㎒ 대역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래부는 EBS에도 700㎒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면 통신사가 가져갈 주파수 대역이 30㎒로 줄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지난 6월 22일 열린 소위에서 "30㎒ 가지고는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광대역 LTE를 결합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국제적인 표준이나 추세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비를 생산하는 거나 글로벌 로밍, 국제 표준화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각 가정에 전용 송수신기만 달면 DMB 주파수로도 UHD 화질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반면 미방위와 방통위는 통신사는 굳이 700㎒ 대역을 받지 않더라도 3.5㎓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하면 트래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미래부 의견에 반대했습니다. 3.5㎓는 현재 방송 중계차들이 사용하는 대역입니다. 그러나 통신사에서 해당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지 않아 2020~2025년에 이르러야 활용 가능한 상황입니다.

미방위와 방통위가 입장을 고수하자 미래부는 통신사에 40㎒를 주면서도 5개 방송사 모두에 700㎒ 대역을 할당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보호대역의 폭을 줄여 EBS에 할당하기로 한 것입니다. 결국 24㎒였던 보호대역은 EBS가 6㎒를 가져가면서 18㎒로 확정됐습니다.

미래부는 "보호대역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혼선을 막기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 실험한 결과 5개 채널용 주파수 할당이 가능해졌다"고 밝혔습니다.

◆ 700㎒ 대역, 방송용으로 적합한지 두고 논란

방송사에 700㎒ 대역 일부를 배정한 것에 비판이 제기됩니다. 700㎒는 통신용으로 더욱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주파수 대역이라 기지국이나 안테나 수가 적어도 전파가 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한국통신학회 등 4개 학술단체는 지난 5월 공동성명에서 "아날로그TV를 디지털TV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700㎒ 유휴 주파수 대역을 지상파 UHD 방송에 활용하려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밝혔습니다. 외국 사례는 700㎒가 통신용으로 더욱 적합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더욱이 EBS를 우겨넣으면서 보호대역까지 줄어 방송용 전파와 통신용 전파 간 간섭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에서는 통신용으로 주로 쓰이며 방송용의 경우 경매를 통해 방송사에 판매합니다. 지상파에 공짜로 주는 경우는 드물고 이에 따라 1조원의 국고 확충도 물거품이 됐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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