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김영란법 시행...꼭 알아둬야 할 10가지 사례

[레이더P] 법에 의지한 청렴사회 실험

기사입력 2016-09-27 17:03:56| 최종수정 2016-09-27 17:06:14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시행준비단 관계자가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자료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시행준비단 관계자가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자료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도덕이 아닌 법에 의지해 청렴 사회로 방향을 트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김영란법의 목적은 ‘공직'과 관련해 일체의 부정한 청탁을 차단하는 데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한 '공직자 등'에게 대가성이 없는 금품도 제공하지 못하게 강제함으로써 부정부패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다.

이날부터 4만919개 기관에 종사하는 240만여 명의 공직자 등(배우자 포함 약 400만명)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할 경우에도 적발 시 대가성과 무관하게 직무 관련성만 있으면 2~5배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금품을 제공하는 공직자가 아닌 국민도 마찬가지 처분을 받는다.

다만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주고받는 3만원 이하의 식사, 5만원 이하의 선물, 10만원 이하의 경조사비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즉 3·5·10 원칙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 누구나 15가지 유형으로 김영란법에 규정된 부정청탁을 시도할 경우 청탁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위법과 적법, 업무와 친교의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시행 초기 상당한 혼란도 예상된다.

법의 핵심을 10개 항목으로 요약했다.



1. '3·5·10만원'이 기본 원칙

앞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일가친척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식사·선물·경조사비를 제공할 때에는 각각 3만원·5만원·10만원 이하로 해야 한다. 김영란법의 핵심 중 핵심인 '3·5·10만원' 원칙만 숙지해도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이 법을 위반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은 누군가와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이어져서 적용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만일 특정인이 공직자를 만나서 식사 대접을 한다면 1차로 3만원 이내의 식사를 먹고 2차로 역시 3만원 이내의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식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당일 만나서 '몇 차'를 가든 모든 식사비의 합은 3만원 이하(부가세 포함)가 돼야 한다.

선물의 경우에는 가액기준 5만원에서 택배 발송비용은 제외된다. 경조사비 10만원은 사비가 아닌 회삿돈이라면, 개인과 법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A대기업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공직자 결혼식에 공금으로 축의금을 낸다면 B과장 10만원, C부장 10만원, D이사 10만원 이렇게 하면 위법이다.



2. 죽마고우도 '공직자'라면 식사 3만원이 안전

김영란법에서 어떤 행위의 위법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직무관련성'이다. 행위를 한 사람이 법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식사 자리에서 밥값을 계산하거나 선물·경조사비 등 금품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공직자인지, 서로 직무상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가 판단의 근거라는 이야기다.

반면에 법률적으로 규정하기 힘든 추상적인 '친분관계'는 기본적으로 김영란법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랜만에 모인 고교 동창 사이라도 이들이 모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면 어느 한 사람이 나서서 3만원이 넘는 밥이나 술을 '쏘는' 행위는 금지된다. 또 이때 식사금액과 상관없이 부정청탁과 관련한 대화가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3. 애매할 땐 '더치 페이'하면 뒤끝 없어

김영란법의 '원작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이 법을 한마디로 '더치페이법'이라고 요약했다. 한마디로 자기 식사비는 자기가 계산하는 '깔끔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공직자를 만나서 어떤 곳에 가서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더라도 각자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면 금품수수와 관련해 김영란법을 위반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나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들의 경우 특정 인물을 만나 식사를 대접받아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애매할 때에는 자기 신용카드를 꺼내서 자신의 비용을 계산하고 영수증을 챙기면 뒤끝이 남을 일이 없다. 특히 인허가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에는 공직자에게 차 한 잔도 대접해서는 안 된다.



4. 칠순·돌잔치는 경조사로 인정 못받아

김영란법에서는 식사와 선물 이외에도 법 적용대상자 본인 및 직계비속의 결혼이나 본인과 배우자, 본인·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장례에 한해서는 10만원 이하의 경조사비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예외는 결혼과 장례의 경우에만 인정된다.

공직자 본인의 생일이나 승진, 자녀의 돌잔치는 김영란법상 경조사로 인정되지 않아 축의·부조금을 주고받을 수 없다. 공직자에게 승진 등 축하할 만한 일이 생겼을 때 축하 꽃다발이나 난 등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꽃이나 난은 '선물'로 규정돼 시가 5만원을 넘을 수 없다.



5. 결혼식·장례식 3만원 넘는 식사 가능

10만원까지 경조사비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결혼식·장례식에선 예외적으로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 허용된다. 이는 통상적으로 결혼식 등의 가정의례 시 참석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비용의 시장가격을 고려하고 실물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때도 '사회상규'와 비교해 현저하게 비싼 음식물이 제공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다만 이때 기준점으로 작용될 '사회상규'에 대해서는 아직 법 시행 이전이라 참고할 만한 예가 마땅찮아 시행 초기 다소간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6. 식사+선물 땐 '합 5만원'이 상한…자가재배도 적용

김영란법에서 식사와 선물은 '합산' 개념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공직자는 직접적 업무 관련성이 없다면 평소에 3만원 이하의 식사와 5만원 이하의 선물 수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자리에서 선물과 식사 대접을 같이 받는다면 이 둘의 총합은 8만원이 아닌 5만원 이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식사비용이 3만원을 넘을 수도 없다. 일단 어떤 경우에도 식사비용의 상한선은 3만원이다. 5만원에서 식사비용(3만원 이내)을 뺀 금액이 한자리에서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선물 비용의 총액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공직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식사 대접을 하거나 자신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 등을 선물로 준다면 이에 대한 가격 기준은 '시가'다. 비슷한 양과 질을 가진 음식이나 농산물이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어떤 값에 팔리느냐가 김영란법상 합법과 위법을 가르는 잣대가 된다.



7. 처음 청탁은 거절, 또 받으면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가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 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지만 공직자는 내부적으로 징계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소속기관장은 다른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부정청탁의 내용 및 조치사항을 해당 공공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수도 있다.



8. 입원·수술 민원 이젠 안돼

김영란법 상 공직자에는 국공립·대학병원 의사와 직원이 포함된다. 이들에게 접수 순서를 변경해 입원이나 수술·검사 등을 빨리 받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정상적 거래관행을 벗어나므로 부정청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환자의 부탁으로 환자 보호자나 지인이 입원이나 검사·수술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청탁할 경우 환자 본인은 1000만원 이하, 청탁한 보호자나 지인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대학부설병원이 아닌 병원은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이들 병원 소속 의사의 상당수가 적용 대상인 성균관대와 울산대 교수 신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향후 입원·수술 관련 청탁이 부정청탁이 될지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법원의 판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아파 입원·수술 등에 대해 부탁하는 경우 법위반이지만 본인 이라는 점 때문에 처벌되지는 않는다.(10번 항목에 상세 설명)



9. 담임선생님에게 커피 한잔도 법위반…교무실 면담은 허용

공개적 민원을 할 경우 내용이 부정청탁이더라도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는다. 국민권익위는 '공개적'의 의미에 대해 "물리적·장소적 개념이라기보다 청탁의 내용을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꼭 은밀한 곳에서 단둘이 만나야만 부정청탁은 아니다. 대낮에 길거리에서 잠깐 마주친 교사에게 "잘 부탁한다"며 법규에 어긋나는 청탁을 할 경우라도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학부모가 교사를 만날 때는 상대적으로 개방된 공간인 교무실에서 만나는 것이 좋다.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교무실 안에 면담실을 만들고 교사와 학부모는 반드시 면담실 안에서만 면담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권익위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커피 한잔이라도 줘서는 안 된다. 권익위는 상시적으로 학생을 지도하고 성적을 평가하는 교사의 경우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는 것을 사교·의례 등을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 본인을 위한 청탁은 법위반이지만 처벌 면제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해 어떤 행위를 해달라고 부정청탁을 한 사람은 적발 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청탁이 실제로 성사됐는지는 중요치 않다. 청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부정청탁도 실제로 꺼낸 '말'보다는 그 실질적 내용이 중요하다. '법대로 해달라'고 청탁한다고 모두 처벌을 면할 수 있을까. 권익위는 이에 대해 "형식상 재량의 범위 내에서 처리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법령을 위반해서라도 또는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권한을 벗어나서라도 처리해 달라는 의미의 청탁이었고 실제로 이렇게 처리됐다면 부정청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본인이 직접 청탁하는 행위는 법위반이기는 하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과태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본인을 위해 직접 하는 청탁에 대해서는 '청원권' 보장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는 처벌받는다.

[김성훈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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