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지지부진 개헌논의, `동상이몽`탓 앞길도 험난

[레이더P] 개헌 필요성만 공감…각론에선 정당별 생각 달라

기사입력 2017-09-12 15:05:46| 최종수정 2017-09-13 15:20:51
4년 중임이냐 이원집정부제냐
비례대표 확대냐 중대선거구 도입이냐
양원제·기본권 등 논의도 첩첩산중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이자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개헌이 과연 이뤄질 것인가. 여야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개헌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막상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야 정쟁이 갈수록 거세지는 통에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는커녕 논의 자체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응답하라 1987 개헌 나도 한마디 국민 자유발언대" 개막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 개헌특위 위원들과, 여·야 원내대표 등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응답하라 1987 개헌 나도 한마디 국민 자유발언대" 개막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 개헌특위 위원들과, 여·야 원내대표 등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헌 논의는 여야 의원 36명으로 구성된 국회개헌특위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20대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설치안이 의결되면서 닻을 내렸다. 이듬해 1월에는 개헌특위가 첫 번째 전체회의를 한 후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개헌특위는 이주영 위원장을 비롯해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관영 국민의당 간사, 하태경 바른정당 간사가 주축이 돼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특위 임기를 6개월 연장했고 이어 전국 순회 국민토론회, 여론조사 등 다양한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펼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 여론 수렴의 핵심 방안으로 논의됐던 '원탁토론' 역시 내부적으로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으면서 무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개헌안에 합의를 이룬다 하더라도 현행 여야 구도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뜻을 같이할지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정치권의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헌 관련 가장 핵심 논의 사항은 권력 구조 개편이다. 하지만 생각들이 다르다. 민주당은 미국식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반면 한국당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4년 중임제는 현행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축소하고 연임을 허용한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다수당이 내각(총리와 각료)을 구성하는 정부 형태로 총리가 정치적 실권을 행사하는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기본으로 하되 대통령 직선제를 취하는 의원내각제다. 독일에서는 연방의회에서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선출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4년 중임제 대통령제에 더 많이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개헌의 핵심 내용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임기 단축 없는 4년 중임제 대통령제가 47.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29.8%, '의원내각제' 13.6%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독일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이상민·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개헌 논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초과의석 증대로 인한 선거제도 불안정성, 득표와 의석 역전 현상 같은 제도적 문제점이 있다"며 "한국 시민의 높은 정치적 불신을 감안할 때 의회와 정당에 대한 불신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당 등에서는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국민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는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며 "우선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원제 왜 주목받나"를 주제로 열린 여야4당 개헌 공개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왼쪽부터)과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자리에 앉아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원제 왜 주목받나"를 주제로 열린 여야4당 개헌 공개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왼쪽부터)과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자리에 앉아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밖에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양원제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원제는 국회를 두 개 합의체로 나눠 운영하는 제도로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고 의회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원 수를 더 늘린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셀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개헌특위에서 국민 주권적 개헌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국회 개헌특위 논의 사항을 이어받아서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특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도 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개헌특위 소속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이며 제왕적인 발상"이라며 "개헌특위를 무시하고, 마음에 안 들면 개헌안을 낸다는 (문 대통령의) 오만불손한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종섭 한국당 의원은 "개헌 논의를 왜곡시키고 개헌 실패로 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

현재 북핵 위기 국면의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개헌 논의 자체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으로도 국민은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헌할 것인지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에서의 개헌에 대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오후 대전 서구 시청사 앞에서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 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개정 대토론회에서 국민 발언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주권자를 들러리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날 시청 대강당에서는 국회 개헌특위 주관 개헌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2일 오후 대전 서구 시청사 앞에서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 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개정 대토론회에서 국민 발언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주권자를 들러리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날 시청 대강당에서는 국회 개헌특위 주관 개헌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강우진 경북대 교수는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사회, 시민들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존재한다"며 "선거제도 개편 관련해서도 집권 여당이 단기적 이해를 넘어서 다양한 이해를 조정해 나갈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정종섭 의원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개헌의 필요성 및 국민 참여와 관련해 "개헌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국민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왜 이 시대에 개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헌특위의 활동에 발맞춰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역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중론을 모으기 위해 팔을 걷었지만 각계 동상이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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