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의원 보좌진들이 종종 비리 연루되는 이유

[레이더P] 툭하면 벌어지는 비리

기사입력 2017-11-21 13:06:45| 최종수정 2017-11-22 13:48:51
재량이 부르는 비리
의원 압도하는 전문성
상납 요구에 휘둘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방송 재승인과 관련해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원을 후원하도록 한 일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의원시절의 전직 보좌관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소위 '잘 나가던' 정권 실세의 발목을 잡은 것.

현 정부에서 '보좌관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건 전 전 수석만이 아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지난 2012년 당 사무총장 시절 보좌관의 금품수수 혐의로 인해 총선후보와 사무총장을 전격 사퇴한 바 있다. 임 실장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공모관계가 아니라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 역시 2013년 보좌관이 향응을 제공받아 논란이 된 바 있었다. 이렇게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의원 보좌관 비리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재량 있는 곳에 비리 있다

국회 보좌진에게 '부패의 유혹'이 생기는 이유는 그만한 재량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전병헌 전 수석의 전직 보좌진의 경우 홈쇼핑 산업의 인허가권이 재량의 근원이었다. 당시 전병헌 의원실은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장실이었다.

국회 사정을 잘 아는 보좌진 출신 인사에 따르면 당시 홈쇼핑 업계의 갑질과 비리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본보기를 위해 "홈쇼핑 채널 하나는 날린다"는 '흉흉한 소문'이 업계에 돌기 시작했다는 것. 때문에 홈쇼핑 입장에선 재승인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실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를 담당하는 정무위나 산업위, 국토위 등 각종 사업의 인허가에 관여할 여지가 큰 상임위일수록 보좌진이 개입할 여지는 커지게 마련이다.

보좌진이 개입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다. 예를 들어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특정 업체가 대기업에 의해 이런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던데 알고 있냐"는 식으로 질의를 하면 공정위는 자연스럽게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 또한 특정 업계에 갑질이 만연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질의나 이슈 제기도 의원실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회의원을 통한 인사청탁 비리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보좌관의 인사청탁 비리로 곤욕을 치뤘다. 서 의원 보좌관이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의 인사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아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것. 서 의원의 보좌관은 2009년 한 브로커로부터 한수원 고리원자력 본부장인 A씨를 한수원 본사 전무로 승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8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자유한국당의 최경환 의원이나 권성동 의원 등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강원랜드 등의 채용비리에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그래픽=김혜진]이미지 확대
▲ [그래픽=김혜진]
◆전문성, 의원은↓ 보좌진은↑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보좌관의 재량권을 키우는 요인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의원 물갈이'에 나서다보니 초선의원 비율이 50%에 육박한다. 상임위 배정 또한 의원의 전문분야보다 당내 권력관계나 의원이 몇 선이냐에 따라 할당되듯 배정된다. 결국 힘 없는 초선의원일수록 본인의 전문성과 무관한 상임위에 배정된다.

이 탓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하는 질의의 내용이나 의제의 선정 등에서 보좌진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의원은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각종 경조사에 참석하느라 상임위의 구체적인 정책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의원이 낙선돼도 보좌관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의원실로 옮기는 일도 늘고 있다. 그만큼 '보좌진 매수'의 인센티브도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업계의 중요 현안이 이해관계자 몇몇과 보좌진 사이의 은밀한 거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상납을 위한 부패 가능

국회 4급 보좌관이나 5급 비서관의 경우 처우는 해당 급수 공무원의 20호봉에 해당한다. 연봉 8000만원 전후로 고액이다. 따라서 이들의 비리를 '생계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대신 수입차 구매 등 개인적인 소비를 위한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들이 저지르는 부정부패의 이유와 별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의원이 보좌진에게 적극적인 부패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전병헌 전 수석의 경우는 아직 보좌진이 뇌물로 받은 금품을 의원에게 상납했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보좌관 비리에선 의원이 부족한 정치자금을 보좌진을 통해 불법적으로 상납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국회 보좌진은 정부가 보증하는 공무원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의원의 재량에 의해 뽑힌다. 때문에 의원의 한마디면 언제든 면직될 수 있다. 또한 선거나 지인의 추천 등을 통해 의원과 특수관계가 형성된 인사들이 높은 급수로 충원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뽑힌 보좌진들이 의원의 부정한 지시를 거부하긴 쉽지 않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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