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文대통령과 YS의 29년 인연…제안·지지·소망

[레이더P] YS는 文에 출마 제안, 文은 차남 재기 지원

기사입력 2017-11-23 13:45:22| 최종수정 2017-11-24 16:39:14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 서거 2주기 추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민주주의 역사에 우뚝 솟은 거대한 산 아래에 함께 모였다"며 YS의 아호인 '거산'을 인용해 그의 발자취를 기렸다. 문 대통령과 YS는 같은 거제도에 태어났고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문 대통령과 YS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1988년 YS의 '따논 당상' 국회의원 출마 제의

'문재인, 행동하는 리더'라는 책에는 YS와 문 대통령 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1988년 총선에서 YS는 문 대통령에게 부산 지역 국회의원 출마를 제안했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YS는 부산 지역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당시 부산에서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재야 인사 중 명성이 자자했던 변호사들이 주로 영입 대상이었고, 노무현, 문재인, 김광일 세 변호사가 YS에게 추천됐다. 당시 부산에서 YS의 공천을 받는 것은 당선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였다.

재야 인권변호사 3인방 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광일은 YS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여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달랐다. 당시 상도동 공보비서로,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였던 박종웅 전 의원이 설득을 담당했지만 거절만 있었다.

"친구니까 편하게 이야기할게. 이번 총선에 출마해라. 총재님 뜻이다."(박종웅)

"내 성격 모르나. 난 정치 안 할란다."(문재인)

또 다른 YS 측근인 문정수 의원이 나서서 2차로 설득했지만 답은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정계 입문은 거절했지만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의 출마는 적극 지지하고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YS, 김현철·김덕룡 통해 文 지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앞서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오른쪽 두번째)와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앞서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오른쪽 두번째)와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첫 번째로 대선에 출마했던 2012년에는 YS가 아직 생존해 있었다. 당시 YS는 문 대통령을 직접 지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가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아버지의 뜻을 간접적으로 대변했다.

김 교수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거제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저는 그런 방향으로 간다고 말씀을 드렸고 아버지도 묵시적 동의를 했다"며 "아버지는 이번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는 방향으로 생각하시기 때문에 더는 말씀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문 대통령 지지는 2017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YS의 대표적인 가신그룹인 상도동계 출신 정치인들도 대거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덕룡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후 문 대통령을 만나 "양심적·합리적 보수는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 측도 김 전 의원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YS 직계는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문 대통령을 지지한 셈이다. 문 대통령도 취임 후 김 전 의원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임명했다.

◆"文, 부산 민주화 세력 복원 소망"

문 대통령과 상도동계의 인연 뒤에는 부산의 민주화 세력을 복원하려는 문 대통령의 오랜 소망이 담겨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부산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야도'로 불릴 만큼 야성이 강한 곳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가져온 '부마(부산-마산) 항쟁'도 YS의 의원직 제명이 촉매제가 된 바 있었다.

하지만 YS가 1990년 삼당합당을 통해 여권에 합류하면서 부산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YS를 따라 '변절'하거나 아니면 소수파 제3세력으로 남아 DJ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삼당합당은 부산의 민주화 세력에 잊고 싶은 '흑역사'이자 정치적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등 부산의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은 YS·상도동계와의 화해를 통해 부산의 민주화 세력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자 첫 행보로 YS를 방문했던 것도 이런 목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차고 다니던 'YS 시계'를 보여주며 친분을 과시했던 것이 역풍을 불러오며 지지율이 폭락하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당내 반발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YS 차남 김현철 교수의 국회의원 출마를 돕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다고 밝혔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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