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랭킹쇼] 낙태를 합법화한 나라 불법화한 나라

[레이더P] 유럽국가 대부분 임신초기 부분적 허용

기사입력 2017-11-28 14:37:42| 최종수정 2017-11-29 14:09:15
상당수 카톨릭국가, 엄격한 금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본인 요청에 의해 인공 임신중절이 가능한 국가는 25개국이다. 예외적으로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4개국까지 합치면 OECD 회원국 중 80%인 29개국에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임신중절을 불법으로 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낙태의 한계가 명시돼 있다. △신체질환이 있거나 △성범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모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경제적 이유로는 낙태할 수 없다. 또 위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까지 받아야 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한국 이외에 아일랜드, 이스라엘, 폴란드, 뉴질랜드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1. 미국

미국은 1973년부터 낙태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1973년 1월 22일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대법원 판결을 내린 것이 시작이다.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 후 첫 3개월까지는 낙태가 가능하며 다음 3개월은 제한적으로 낙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판결은 임신 6개월 이후부터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의 결정 이후 5년 동안 임신 중단율이 5분의 1로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판결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March for Life 홈페이지]이미지 확대
▲ [사진=March for Life 홈페이지]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마다 미국 워싱턴 D.C에선 1월 22일을 전후에 대규모 낙태 반대 운동인 생명대행진(March for Life)이 열리며 시위는 4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2. 영국

유럽 국가들 역시 낙태를 여성의 선택으로 보고 비교적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에서도 한때는 여성 권리신장의 한 요구로 자유로운 낙태 허용 여론이 일었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이른 1968년부터 임신 24주까지는 포괄적으로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낙태 시술은 의사 2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의사는 양심에 따라 시술을 거부할 수는 있다. 임신 중절의 88%는 임신 13주 이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3. 프랑스

[사진=프랑스의 2017 임신중절 가이드 북]이미지 확대
▲ [사진=프랑스의 2017 임신중절 가이드 북]
프랑스 역시 임신부의 동의를 얻어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한 나라 가운데 한 곳이다. 또 프랑스에서는 낙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15~18세 여성들에게 무료 피임약을 제공하고 임신중절 비용 전액을 보험 지원하는 등 여성의 사회경제적 입장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4. 일본

일본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예외적으로 몇몇 경우에 대해서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의 모자보건법과 비슷한 일본의 모체보호법 14조에서는 '임신의 지속과 분만을 통해 신체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명백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임신 22주 내에는 합법적으로 인공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낙태 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1948년부터 낙태를 허용했다. 당시 우생 사상에 기초를 둔 '우생보호법'이 제정돼 임신중절 수술을 용인했다. 불량한 자손 출생을 방지한다는 명목의 법으로 이때는 경제적 사유로의 중절 허용도 포함돼 있었다. 여성운동과 장애운동이 일어나 이는 모체보호법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배우자의 동의'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5. 중국

중국에서는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 현재는 낙태 관련 별다른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중국 헌법 제49조에는 '국가가 부부, 가정 및 모(母)와 자녀를 보호하나 부부는 가족계획의 의무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는 정도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정부가 1992년 자체적으로 제약회사를 설립해 자연유산 유도약인 '미프진' 복제약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6. 칠레·멕시코

칠레와 멕시코는 올해 낙태를 합법화했다. 두 나라는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가톨릭 국가로 낙태가 불법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칠레는 부분적으로, 멕시코는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인정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칠레 헌법재판소의 예외적 낙태 허용 결정에 환호하는 여성인권단체 회원들 [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칠레 헌법재판소의 예외적 낙태 허용 결정에 환호하는 여성인권단체 회원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칠레 헌법재판소는 '낙태의 예외적 허용을 막아달라'는 보수 진영의 소원을 기각했다. 예외적 낙태 허용은 소아과 의사 출신인 바첼레트 대통령이 추진한 주요 정책 중 하나였다. 1989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이 독재 정권 말기에 낙태를 전면 금지 시킨 이후 20여 년 만에 낙태가 허용된 것이다. 이에 칠레에서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임신부의 생명 위험, 태아의 생존 가능성 희박 등의 경우에 낙태가 가능하다.

올해 초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주 헌법이 처음 제정되면서 멕시코 주 가운데 유일하게 '어떤 경우에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다'는 조항이 만들어졌다. 멕시코시티의 자치권이 보장되면서 주 헌법을 만들게 됐는데 여기에 동성애자의 권리, 면책이 인정되는 여성의 낙태권 등이 포함된 것이다.



7. 아일랜드·엘살바도르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이미지 확대
한편 종교를 이유로 아일랜드와 엘살바도르 등의 나라에서는 여전히 낙태가 금지돼 있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로 1983년 개헌을 통해 낙태가 금지됐다. 아일랜드는 수정 헌법 제8조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범죄에 의한 임신이나 치명적인 태아 이상의 경우에라도 낙태는 허용되지 않는다. 아일랜드에서도 찬반 논란이 계속돼 내년 5~6월께 폐지 또는 완화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낙태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가톨릭 국가인 엘살바도르는 헌법상 수정 순간부터 생명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뒤 화장실에서 아기를 사산한 10대 여성이 징역 30년형을 선고 받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정범 기자/조선희 인턴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