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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서열 2위 국회의장…선출방식은 반장선거 수준

[레이더P] 원구성 협상 난항의 이유가 된 국회의장 자리

  • 이해완 기자
  • 입력 : 2016-06-07 18:04:46   수정 : 2016-06-08 11: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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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자리 협상카드로 전락한 신세
사실상 정당 하수인에 그치는 위상
제도화 수준 주먹구구…후보 공약도 없어


20대 국회 원 구성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국회 의장실이 주인을 잃은 채 텅비어 있다. 여야는 이날 오후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을 재개 할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극적인 협상 타결은 힘든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0대 국회 원 구성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국회 의장실이 주인을 잃은 채 텅비어 있다. 여야는 이날 오후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을 재개 할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극적인 협상 타결은 힘든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
국회법 제3장 제10조에는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300명을 대표하고 삼권분립을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임을 뜻하는 조항이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에서도 대통령 다음으로 높다.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근간인 국회 수장에 대한 국가의 예우다.

국가 의전서열 2위로서 국회의장이 받는 대우는 화려하다. 국회의장 보좌진은 모두 23명에 이른다. 차관급 비서실장 1명, 1급 수석비서관 2명, 1급 국회 대변인 1명 등 보좌진의 중량감도 헤비급이다. 여기에 국회경비대 소속 경호원 4명은 국회의장을 그림자 수행한다.

국회의장은 4000여 명의 국회 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5560억원에 달하는 국회 예산 편성권을 쥐고 있다. 인사권에는 장관급 인사인 국회 사무총장과 차관급 인사인 국회도서관장, 입법차장, 사무차장 등이 포함된다. 재임 기간에는 공관(1993년 신축)도 제공된다. 국회의장 공관은 서울 한남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대지면적 7700㎡(약 2900평), 연면적 2180㎡(약 660평)짜리 3층 건물이다. 1층에는 연회실, 응접실과 비서실이 있고 외부에는 가든파티가 가능한 대형 정원도 있다.

이처럼 큰 권한과 후한 대우를 보장받지만, 실상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방식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협상에서 볼 수 있듯이 당리당략에 의해 여야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협상카드' 중 하나인데, '원하는 상임위 줄 테니 국회의장은 우리에게 넘기라'는 식이다. 어느 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갈지 모르니 그 누구도 자신 있게 의장 후보로 나설 수도 없다. 의장 후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공약'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국회의장 자리가 '전리품'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19대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가 협상하다 안 되면 국회를 해산해 버리든지 해야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3선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지금처럼 '자리 주고받기'식 흥정 끝에 협상이 타결된다면 20대 국회는 비생산적인 국회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떨까.

양원제를 도입한 미국은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겸직하고, 하원의장은 의원 투표로 선출한다. 하원의장 선거는 개원 '첫날'에 진행된다. 여야 다수당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입후보하는 방식인데, 의원들은 '자유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의원들이 입후보하지 않은 인사는 물론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 인사를 찍어도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선출이 개방적이다.

가령 2015년 10월 하원의장 선거는 공화당 폴 라이언 위스콘신주 의원(46)이 236표로 당시 184표를 얻은 민주당 낸시 펠로시 캘리포니아주 의원(76)을 꺾고 의장에 선출됐다. 3위는 9표를 얻은 공화당 대니얼 웹스터 플로리다주 의원(67)이 차지했고, 공동 4위는 각각 1표를 얻은 공화당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79·원외 인사)과 민주당 짐 쿠퍼 테네시주 의원(62), 민주당 존 루이스 조지아주 의원(76)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의회가 곧바로 의장을 선출하고 의회를 지연 없이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승자독식 원칙' 때문이다. 다수당에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아 '책임정치'를 하도록 해 탁상공론이 불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통해 '쟁취'하는 방식이라 개원 때마다 촌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 수 있다. 박 원내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실정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협력을 구하고 야당 대표들을 설득하면 우리도 한번 애국심을 발휘해서 (국회의장 선출에 있어 새누리당과의 협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자리를 '흥정' 대상으로 치부한 것이다.

이에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라고 지적했고,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민심을 받들겠다고 말한 지 얼마 안 돼 '박심'을 등장시켜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더민주 중진의원인 강창일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사기꾼이 되려고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선출에 대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선호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다"며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도 않으며 국회 고유의 권한"이라고 해명했지만, 국회의장 선출을 바라보는 4선 의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이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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