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국정원이 조사할 13건의 `적폐 리스트`

[레이더P] 조작·사찰·비밀문건·불법지원·선거개입

기사입력 2017-07-12 17:45:23| 최종수정 2017-07-13 14:56:12
서훈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서훈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스스로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서훈 국정원장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꾸리고 국정원의 과거 그릇된 정치 개입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이어 11일 국정원은 적폐청산TF 리스트를 총 13개 항목으로 확정했다.

조사 대상은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국정원 댓글 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헌법재판소 사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박원순 제압 문건 △좌익효수 필명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뒷조사 △추명호 6국장 비선 보고 △극우단체 지원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및 선거 개입 의혹 등이다.

서 원장은 적폐청산 TF 활동 방향에 대해 "꼭 봐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치 보복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일 문재인정부의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대해 "국정원이 과거 사건을 미화하고 조작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MB 때 국정원 댓글, 논두렁 시계 사건 등

국정원의 청산 리스트에 오른 조사 대상을 살펴보면 우선 이명박정부 당시 일어났거나 논란이 불거진 사건은 총 5건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박원순 제압 문건, 좌익효수 필명 사건, 노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2년 국정원 소속 요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야권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을 집중적으로 단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 전 원장은 관련 사건으로 현재 재판 중이다. 또한 원 전 원장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직후 '2012년 총선, 대선을 대비하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장악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2013년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정원이 2011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으로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우익단체 등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국정원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폰트 등 국정원의 문건 형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일명 '좌익효수' 사건 역시 조사 대상에 올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유 모씨가 좌익효수라는 필명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야권 인사, 호남 등을 비하하는 내용의 댓글을 수천 개 올린 것이 밝혀진 사건이다. 모욕죄와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씨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08년 당시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도 조사 대상이다.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퇴임 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대통령 재임 당시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회갑 때 명품 시계 2점을 선물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이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왔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수사는 중단됐다.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가 2015년 이와 관련해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선후보 선대위와 새누리당 측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2012년 대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기밀문서인 국가 간 회담 회의록이 새누리당 측에 불법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이 회의록을 전면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국정농단 관련 사건만 4건

박근혜정부 당시 일어난 사건은 총 8건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국정농단 관련 사건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전달한 '좌편향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됐다. 국정원의 '화이트리스트'도 논란이 됐다. 어버이연합 등의 극우단체와 관제시위에 불법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국정농단 청문회 중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의 추명호 국정원 국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군 장성 인사 관련 정보를 보고하고 '알자회'의 인물을 요직으로 채우며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3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우병우 전 수석과 친분이 있는 국정원 간부가 탄핵 동향을 수집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헌재 재판관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은 "가짜 뉴스"라며 "탄핵 인용이나 기각 여부를 추정해 상부해 보고한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2013년 이명박정부 시절 벌어졌던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지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채 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일주일 만에 채 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이 서초구청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과 어머니 임 모씨와 관련한 개인정보를 몰래 빼내는 등 뒷조사를 한 사실을 파악해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기소했다. 사건은 아직 심리 중으로 곧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2004년 탈북한 뒤 한국에 정착해 서울시 공무원이 된 유우성 씨가 2013년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간첩' 혐의로 국정원에 체포됐던 사건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유씨의 여동생을 협박·회유해 허위진술을 받아냈으며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서류 등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는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으며 증거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은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직원들이 국정원 관계자와 통화를 했고 세월호에 있던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발견되면서 세월호의 운영과 도입에 국정원이 관련돼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RCS)을 수입해 민간인 사찰과 선거 개입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원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구입·운용했던 임 모 과장이 로그 파일을 삭제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커졌다.

[김정범 기자/윤은별 인턴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