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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당 한국당, 친박 이후 새로운 계파 형성 중

[레이더P] 친홍과 친김의 잠재된 대결

기사입력 2017-11-13 15:37:34| 최종수정 2017-11-14 16:18:52
삼국지에서 적벽대전은 ‘천하삼분지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조조의 위나라가 중원을 평정하고 천하를 거머쥐기 직전 유비, 손권에 의해 천하가 3개로 쪼개진다. 제갈공명은 당시 상황을 다리가 셋 달린 솥에 비유하며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함부로 침략할 수 없는 '삼극' 체제가 형성된다고 유비를 설득했고 이를 현실화시켰다. 이후 삼극의 치열한 대결이 벌어진다.

자유한국당이 '삼분' 체제가 됐다. '친박'과 새로 형성되고 있는 '친홍(홍준표)', 그리고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복당파인 '친김(김무성)'이다. 그동안 한국당은 '친이(이명박)'와 '친박(박근혜)'으로 양분됐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한국정치에서 의원들을 계파로 묶는 첫 번째 요인은 당선 가능한 대선후보의 존재다. 이명박(MB)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삼김과 이회창을 거친 보수정당을 번갈아 장악했다. 공천권과 집권 가능성이 계파 형성의 접착제였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은 두 계파의 수장이 모두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타깃이 됐다. 결국 한국당의 가장 큰 위기는 정권을 빼앗겼다는 점보다 박·이 전 대통령을 대체할 차기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당장은 친박이 여전히 당내 최대 세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친박이 하나의 계파로 유지 불가능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박근혜식 정치의 정당성이 송두리째 무너졌기 때문이다. 사그라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태흠 최고위원과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김호영기자]이미지 확대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태흠 최고위원과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김호영기자]
떠오르는 첫 번째 대안은 바로 홍준표 대표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7%의 낮은 지지율로 출발해 24%까지 득표율을 끌어올리며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당에서 친박이 득세하던 시절 중앙정치를 떠나 있었다는 점에서 상처를 덜 받았다. 친박청산에 앞장서고 있는 한 한국당 혁신위원은 "현재 당내에서 친홍 세력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세력은 최근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후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이다. 이들을 편의상 '친김(김무성)계'라고 통한다. 김무성 의원은 과거에도 '무대'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박근혜 천하에서도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해왔다. 더구나 탈당과 분당, 복당을 함께 하며 나름의 결속력와 동지의식도 생겼다. '무대'가 직접 나서든 이들이 다른 인물을 내세우든 향후 하나의 계파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친박을 친홍과 친김이 연합해 몰아내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친박을 제압해야 명실상부한 당 대표로 우뚝 설 수 있고, 김 의원은 탄핵과 복당의 명분을 세울 수 있다. 여기까지는 두 계파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후 당 주도권을 놓고 친홍과 친김의 충돌은 불가피해보인다.

삼국지에선 적벽대전이 끝나자마자 유비와 손권의 대립이 시작됐다. 적벽의 승장인 주유는 이 싸움에서 제갈공명에게 연달아 패하자 "하늘은 왜 주유를 낳고 또 공명을 낳았단 말인가"라고 탄식하며 죽음을 맞는다. 친홍과 친김의 ‘잠재된' 대결이 언제 노출될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수대통합은 어떤 모습일지 주목되는 대목들이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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