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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였지만 이젠 군단장 됐다"...제2의 드루킹 우려

[레이더P] 강력한 정치 영향력으로 의원들도 쩔쩔매

  • 김태준, 박태인 기자
  • 입력 : 2018-04-16 17:34:35   수정 : 2018-04-16 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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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드러난 드루킹 사건은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태"라며 "수사당국은 여론조작 세력의 불순한 동기와 배후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드러난 드루킹 사건은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태"라며 "수사당국은 여론조작 세력의 불순한 동기와 배후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문(친문재인) 핵심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 순위조작' 혐의로 구속된 당원들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민주당은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대처하고 있다. 14일 김 의원의 해명 회견 이후 의혹 반박 논평을 수차례 발표했고 조작 주모자로 알려진 김 모씨(필명 드루킹·49) 등 당원 2명을 제명했다. 또 '드루킹 사건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그러나 : 당내에서는 "이 정도 대책만으로 사건을 해결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드루킹 사건'을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만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드루킹은 김 의원에게 특정 목적을 갖고 접근한 특별한 케이스"라면서도 "그와 같이 최근 유입된 권리당원 중에는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열성 지지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대선을 겪은 의원들은 이런 지지자들에게 수많은 청탁을 받게 된다"며 "거절하면서 갑자기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당내 대부분의 의원이 잠재적인 '드루킹'을 한두 명씩은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의원은 "터질 만한 게 미묘한 시점에 터져버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 한해 사이 3배 늘어난 당원 : 민주당의 권리당원(당비를 납부한 당원) 수는 2015년 7월 '정당법 개정안' 통과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당 가입이 가능해진 뒤 대폭 증가했다. 여기에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 배가 운동이 더해지며 현재 당원 수는 지난해(24만명) 대비 3배 수준인 79만명에 달하게 됐다.

    파워불로거의 등장 : 문제는 당원으로 유입된 이들 중 수천, 수만 명의 폴로어를 보유하고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드루킹과 같은 파워블로거들이나 논객들이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는 이들의 속시원한 지원 사격이 큰 힘이 됐지만 이제는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종종 온라인상에서 과격한 주장을 하며 당에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 이명박정부 때부터 야당 생활을 했던 여당 보좌관은 "야당 시절에는 이들이 저격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이 됐다"면서 "의원들에게 훈수를 두며 스스로를 정치판 플레이어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 ‘좌표 찍기'고 여당 의원까지 공격 : 여당 정치인들도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좌표를 찍어' 공격 대상으로 선정하면 어쩔 수 없이 당하고 만다.

    민주당 당적으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송기호 민주당 예비후보나 지방선거에 출마한 은수미 성남시장 예비후보, 선대인 용인시장 예비후보는 과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던 이력 때문에 '반문(반문재인) 후보'로 찍힌 상태다. 이들은 선거 내내 온라인에서 욕설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한 후보는 "개인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의원도 쩔쩔매는 영향력 : 문제는 영향력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이런 파워블로거들의 눈치를 보며 이들의 영향력 확대를 방조한다는 것이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SNS에서 구설에 오르면 이를 진화하기가 어렵다"며 "종종 선동에 가까운 과격한 주장을 해도 그냥 모른 척하고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여당 보좌관은 "이들 중 일부 사람은 의원에게 직접 찾아오는데 순수한 지지자인지, 정치 자영업자인지 골라내기 어렵다"며 "의원들이 쩔쩔맨다"고 했다.

    여과장치 없어 : 더 큰 문제는 이들을 걸러낼 뾰족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선거 때 설령 이들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고 해도 이런 '정치 자영업자'나 '파워블로거'를 캠프가 대놓고 내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온라인에는 별의별 사람이 많다"며 "메신저로 링크 보내놓고 '내가 댓글 작업을 하고 있다' 또는 '댓글 작업을 같이하자'고 보내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며 "어이없는 게 많지만 어쨌든 명색이 선거를 돕겠다는 사람인데 '선생님이 가장 애써주시고 있다'는 식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영향력이 큰 파워 블로거를 적으로 만들면 선거에 불이익이 바로 오기 때문에 대놓고 거절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태준 기자/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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