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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 문건공개 파장…언제 정했나, 문의냐 통보냐, 기밀누설 여부

[레이더P] 3가지 쟁점

기사입력 2017-04-21 17:04:17| 최종수정 2017-04-23 08:02:10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당시 정부가 사전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을 21일 공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TV토론에서 한 "북한에 물어보라고 한 것이 아니고 국정원을 통해 북한의 동향을 확인해보라고 한 것"이라는 발언에 대한 일종의 반박이었다.

이번에 공개한 문건은 당시 정부가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청와대가 문건 형태로 정리한 것이라고 송 전 장관은 주장했다. 아래는 문건의 내용이다.

21일 오전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언론에 공개한 2007년 11월 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해 북한의 반응을 정리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던 청와대 문건의 모습.[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1일 오전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언론에 공개한 2007년 11월 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해 북한의 반응을 정리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던 청와대 문건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남측이 반(反)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에 북남 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함.

남측이 진심으로 10·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것."

문건 하단에는 손글씨로 '18:30 전화로 접수(국정원장→안보실장)'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와 함께 송 전 장관은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쓴 자필 메모도 공개했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 측이) 진실성이 의심이 가는 이야기를 하니 할 수 없이 (기록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이날 메모 공개와 관련해 "문 후보가 그것을 보고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지 직접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물어본 것이 아니라 국정원에 북한의 태도를 판단해 보라고 지시한 것'이라는 문 후보의 입장에 대해 질문받자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논의 과정에는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송민순 외교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장수 국방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참여했다.

◆20일 싱가포르서 결정 vs 16일 안보회의서 결정

쟁점은 3가지다. 첫째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입장을 언제 결정했는지다. 문 후보 측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은 2007년 11월 15일 회의를 거쳐 16일 회의에서 이미 기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부의 입장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자신의 반대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였고, 최종 결론은 20일 싱가포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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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16일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그날 밤 10시께 노 전 대통령에게 A4용지 4장에 만년필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편지를 올렸고 이후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에게 회의를 열어 의논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최종 결론이 난 상태에서 송 전 장관이 마지막까지 이를 뒤집어보려고 노력한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논의 과정 중에 있었던 것인지 불명확하다.

송 전 장관 회고록에도 18일 열린 서별관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문 후보 측은 16일 이미 기권 결정을 하고 북한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송 전 장관 관련 보도의 핵심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을 2007년 11월 16일 결정했는지 아니면 북에 물어보고 나서 결정했는지 여부"라며 "분명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11월 16일 회의에서 인권결의안 기권을 노 전 대통령이 결정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2007년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 보좌관을 지냈다.

홍 수석대변인은 "송 전 장관이 16일 결정을 뒤집으려고 청와대에 서신도 보내고 계속 노력을 한 것이다. 18일에 다시 모일 때 다른 장관들은 '이미 결정이 다 됐는데 왜 또 논의를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며 "이 자리에서 송 전 장관이 설득하려 했지만 다른 장관은 설득하지 못하고 16일 결정이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정 전 물어본 것vs 결정 후 통보한 것

또다른 쟁점은 북한과 접촉한 것은 양측 주장이 일치한다. 다만 결정 전에 문의를 한 것인지, 결정을 한 뒤 통보를 한 것인지를 놓고 엇갈린다. 첫번째 쟁점인 기권 입장 결정 시점과 맞물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후보는 "북한에 (기권 방침을) 통보하는 차원이지 북한에 물어본 바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다. 이 점에 대한 증거 자료가 우리도 있고 국정원에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기록이어서 대통령기록물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서 자료 공개를 논의하고 있는데,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언제든지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이 문건이 당시 정부가 표결에 앞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국정원이 정리해서 백종천 안보실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표결 전 정부가 북한에 사전 문의를 한 정황을 담은 메모를 공개한 데 대해 "문 후보가 직접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우리 입장을 정하고 북한에 문서상으로 통보를 했고, 그에 대해 북측에서 반응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내놓은 북한 메시지 그걸 보면 기권에 대한 답입니까, 찬성에 대한 답입디까. 보면 알잖아요"라며 우리 정부의 문의에 대한 답이었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런데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고 기록했다.

◆기밀문서 아냐 vs 기밀누설이다

21일 오전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언론에 공개한 2007년 11월 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기권하기로 결정한 정황을 담은 수첩 모습. 수첩 위에는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적혀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1일 오전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언론에 공개한 2007년 11월 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기권하기로 결정한 정황을 담은 수첩 모습. 수첩 위에는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적혀 있다.[사진=연합뉴스]
송 전 장관이 이날 공개한 문건의 성격도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이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2007년 '북한 인권결의안' 관련 문서에는 무궁화와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송 전 장관은 "청와대 문서 마크"라며 문서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송 전 장관의 문서 공개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개뿐 아니라 소유한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서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문서의 원본이라면 송 전 장관은 문서 보유만으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사본이라면 법원에서 기록물로 인정하지 않아 무죄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문서인지)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 전했다.

다음으로 공무상 기밀누설 가능성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한 행사가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송민순 회고록을 보고) 공무상 기밀누설에 해당한다 생각했다"고 역공을 펼쳤다. 송 전 장관은 같은 날 아침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노출이 됐을 때 국가 정책 수립에 차질을 가져오거나 국익에 영향을 주는게 기밀이지, 이건 기밀이 아니다"고 맞섰다.

그러나 실제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서에 담긴 '유엔 인권결의안' 관련 북측 입장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정보다. 한 외교 소식통은 "3급은 비밀은 비밀이 아닌 것들도 많다. 이 정도 민감한 정보라면 2급 비밀 분류도 가능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다만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 부분은 우리 측이 아닌 법원이나 외교부의 공식 판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송 전 장관이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문건 유출에 대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대사는 "북한이 우리에게 보낸 자료를 언론에 공개해 버리면 향후 남북 대화에 있어 심각한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철,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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