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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칼럼] 보수적통 다툼 이유는 기득권 생존게임

[레이더P] 사방이 캄캄한데 적통놀음이 무슨 소용

기사입력 2017-07-17 15:35:23| 최종수정 2017-07-18 14:41:40
※내부자는 많은 것을 안다. 몸담은 조직의 강점은 물론 문제점도 꿰뚫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이기 때문에 공론화할 가치가 있음에도 알고 있는 것을 솔직히 밝히기 어렵다. 레이더P는 의원들과 함께 국회를 이끌고 있는 선임급 보좌관 시각과 생각을 익명으로 전달하는 '복면칼럼'을 연재한다. 매주 정치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의 적통(嫡統)이 누구인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서로가 개혁을 통해 새로운 보수가 될 자격이 있는 적자임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개혁의 전권을 맡은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고, 홍준표 대표는 초선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대표가 대구에서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면 대구가 중심이라고 생각들 안 하겠냐"고 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사활을 걸겠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 후 새롭게 구성된 양당 대표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적통논쟁은 미래형 정치자산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박근혜 유산'과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치의 기득권에만 매달리고 있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둘로 갈라진 '127석의 보수정당'이 보수적통 문제뿐만 아니라 청와대 회동 불참을 두고선 놀부심보니 민주당 3중대라는 격한 표현까지 주고받으며 사사건건 청개구리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보수의 ‘진짜 적통'이 없는 탓이다. 박근혜를 뛰어넘어 한국의 보수세력을 이끌고 갈 지도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나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당대표가 된 이혜훈 의원으로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만고만한 인물들끼리 보수의 계승자가 누구인지 시시비비 자격을 다툴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어떻게든 보수정당의 명맥을 유지해 보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정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 중국 춘추시대 월왕 구천처럼 와신상담하며 민심의 조류가 바뀌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거의 조각(組閣)이 끝나가는 문재인정부의 인사 면면을 보면 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요직에 호남 및 부산·경남(PK)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입장에서는 'TK홀대 정서'를 자극하여 반문재인 보수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년 지방선거의 주도권과 관련이 있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둘로 나눠진 보수를 합치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은 뻔하다. 여론에 떠밀린 후보단일화 협상에 있어서 107대20이라는 국회의원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때 가서 어느 당이 국민에게 높은 지지를 받는, 즉 '대표 보수당'이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지느냐는 문제는 2020년 21대 총선과 차기 대통령선거에까지 이어지는 전초전이 되기 때문이다.

보수 적통을 비롯한 양당의 치열한 기싸움은 새로운 비전을 가진 신보수(新保守)의 대결이라기보단 기성 보수정당의 '생존게임'인 것이다. 국민의 여망과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도생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보수는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가 아니라 아무런 대안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의 암흑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보수정당의 적통은 이제 더 이상 없다. 헛된 적통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빛을 찾는 게 사방이 캄캄한 처지에서 할 일이 아닐까.

[자유한국당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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